1. Prologue

 

2003년 나는 그리 적지 않은 나이(당시 34세)에 무모한 여행을 시도했다.
남들은 이제 넉넉히 벌어서 경관 좋은 콘도를 찾아다니며 여유로운 여행을 할 때
나는 아무생각 없이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2005년 가을, 각종 감사와 업무로 미뤄진 연중 휴가가 다가왔고
나는 또 한 번 무모하다면 무모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다.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여행 자체는 매우 단순해서 그저 좋은 나무가 보이면
사진을 찍고 다시 이동하고 하는 것이었기에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사진을 심심치 않게 배치할테니 그것으로 여행기를 대신해주세요...^^;;;

※첫 페이지는 본격적인 여행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심심하실까봐 제일 마지막에 추석 때 충주에서 찍은 사진 4장 링크해놨습니다...^^;;;

 

 

     2. 구속과 자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구속은 감수를 해야 한다. 단 2사람이 있더라도 서로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개성을 조금은 죽이고 서로 상대방을 이해해주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구한다. 아마도 현대인의
갖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이이 바로 이 문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라고
얘기해봐야 나의 생각이 신빙성을 얻을 수는 없고, 다만 나의 경우 내 삶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바로 이 문제다.

가장 작게는 가족으로부터 친구들, 선후배, 직장, 국가, 민족에 이르기까지...
(사실 '민족'이라는 단어에서 피식한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족'
문제라는게 결코 거시적이고 고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 일본 문화, 특해 애니메이션에
심취해있는 나의 경우 내 개인적인 기호와 근본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한일관계는
상당히 자주 고민거리가 되곤 한다. 쉽게 말해 일본 애니메이션은 계속 보고 싶고
속칭 '일빠'라는 소린 듣고싶지 않고 뭐 그런거다.)

사실 나를 제일 많이 구속하고 있는 지점은 바로 '가족'이다.
유교사상이 뼛속 깊이 배어있는 우리 나라의 환경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많은 것을 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과보호 성향으로 인해
제대로 해 본 것이 없다. 심지어 개나소나 하는 알바도 총 16여년의 학창 시절동안
약 6개월 정도 해본 것이 다다.

사실 아직도 가끔 서울에 올라가서 어머니를 뵐 때면 아버지께서 자식이 지방에
내려가 생활하고 있는데 한 번 가보지도 않는다면서 어머니를 타박하신다고 하신다...-.-
내 나이 36에 아직도 아버지께는 믿음직한 자식이 되지 못했나보다 하는 씁쓸함과 함께
이제는 아버지도 연세를 많이 드셨고 그래서 더더욱 자식에 대해 걱정이 많이 되시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나 천안으로 내려오면서 상당히 많은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아마도 그렇게 자유를 얻게 되니 내가 학창시절에 하고싶었지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찾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3. 목표

잡설이 길었다.

조금 미뤄지긴 했지만 어쨌든 휴가는 다가왔고 목표는 이미 7월 말에 세워져 있었다.
(원래 휴가는 8월 13~21일이었으니까...)

최초의 계획은 천안에서 강릉까지 가능한한 모든 역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즉 기차를 타고
바로 다음역까지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기차 시간이다...그런 식으로 여행을 해가지고는 한달 동안은 다녀야
강릉에 도착할 것 같다...-.-

그래서 목표 수정!
여행 목표는 사진이었다. 그것도 특정 대상만을 찍기 위한 여행. 바로 '나무'다.

'나무'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우리 선산이 충북 충주에 있어서 추석무렵이면 충주에 자주 가게 된다.
충주에 갈 때는 서울에 먼저 들려 부모님을 모시고 가지만 돌아올 때는 나 혼자 천안으로 바로 오게된다.

이렇게 충주에서 천안으로 올 때 내가 주로 애용하는 코스가 충주 -> 음성 -> 진천 -> 천안을 연결하는 지방도로다.

상당히 길이 좁고 험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걸리고 기름도 많이 먹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산간 지대의 시골풍경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기 때문에 이 코스를 주로 다닌다.

그 중 몇몇 마을 입구에 서있는 우람한 나무(아마도 예전같으면
당산나무로 섬겨졌으리라)가 유독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 나무를 조금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학술적으로 알아보고 이런 것은 아니기에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그런건 하나도 모른다...-.-)

참고로 그 점찍었던 나무들은 사정상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세상 만물이 모두 그러하지만 나무 역시 각각의 종별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같은종의
나무도 그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하지만 단순히 그 뿐이라면 앞서 말한바와 같이
모든 만물이 그러니 그리 독특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굵은 둥치에서 뻗어나와
하늘을 향해 산개하는 잔 가지들을 잇는 그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선이라든가
온 몸을 둘러싸고 굴게 패인 고목들의 주름들, 풍성하게 피어나서 포근함조차 느끼게하는
잎새들, 그리고 기운차게 솟아오른 그 웅장한 자태들... 나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상투적인 표현이겠지만 나무는 인자하신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그 그늘 아래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고
그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믿음직 스러운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 듯 싶다.


마을 앞에 웅장한 자태로 서있는 나무를 보면
확실히 마을이 왠지 풍요로워 보인다.

 

 

     4. 취사선택1

이제 휴가의 목표는 정해져 있으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오토바이 여행이었다.

내가 세운 여행 목적을 중심으로 생각해본다면 빠르게 장거리를 움직일 수도
있어야 하지만 원하는 위치에 잘 멈출 수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왕복 2차선의
좁은 지방도로에 왼쪽은 산에서 이어진 절벽이고 오른쪽은 바로 논으로 이어지는
곳을 가정해보자. 그 논 한 가운데 너무도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만일 차를 가져가게되면 기동성은 있겠지만 원하는 위치에 멈추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자동차는 패쓰~

그럼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문제는 내가 가고자하는 곳이 상당히 개발이 덜된 충북 내륙 산간지대이고
이런 곳은 시내버스가 그리 자주 다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증평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는 동안 12시간을 걸었는데 시내버스 지나가는 것을 5번 정도밖에
못봤다...-.-) 결국 장거리 이동은 가능하겠지만 기동성이 너무 떨어진다.

다시 한 번 자전거로 갈까...?
했더니 재작년 충남 해안쪽을 향한, 거의 평지에 가까운 도로를 이용해서 움직이는데도
상당히 힘들었는데 이번엔 상당히 가파른 곳이 많이 충북 내륙이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자전거는 타고 갈 수 있을 때는 교통수단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엄청 무거운 짐이다.)

결국 마지막에 생각해낸 것이 오토바이...
빠르고, 작고, 당근 기동성 짱이고! 문제는 내가 태어나서 오토바이를 타본 경험이
대학시절 농활가서 한 번 타보고는 전무하다는 것이다...ㅠ.ㅠ



결론은 조금 무리가 되겠지만 걷자!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걸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나의 두 발이다...^^;;;

 

 

     5. 취사선택2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에 따라 당연히 가지고 가야 할 짐도 달라진다.

만일 차나 오토바이였다면 취사도구까지 모두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밖에 삼각대 등 장비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걷는 여행이 주다. 일단 짐은 무조건 가볍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카메라 장비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이놈에
카메라 장비 무게가 전체 짐 무게의 80%는 차지하는 것 같다. 즉 기본이
맥시멈이라는 말이다...ㅠ.ㅠ

일단 짐 구성을 보자

카메라 장비

바디 2대(필카) : Canon EOS-5, Nikon FM2 + MD12 모터드라이브(요놈이 좀 무거움)
렌즈 4개 : Canon용 - 시그마 50mm f1:2.8 매크로
시그마 28mm f1:1.8 매크로
Nikon용 - MF 50mm f1:1.4
MF 135mm f1:3.5
컴팩트 디카 1대 : Fuji E510
기타 카메라 청소도구, 필름 10여롤

의류

추운 날씨를 대비해서 외투 1벌, 반바지 1벌
속옷 상하의 1벌, 양말 2켤레, 판쵸우의

기타

세면도구, 비상약품, 우산(조치원에서 비가 내려 구입함),
소형 후래쉬, 반짓고리, 비상용 배터리, 지도, 은박 돗자리

가방

크럼플러사의 배낭형 가방 FD003(노란색에 가까운 연두색)
※사실 이 가방이 빠듯한 듯해서 11만원에 달하는 가방을 하나 더 샀는데
정작 짐을 넣어보니 카메라 장비만 넣으면 새 가방이 더 많이 들어가는데
일반 짐을 함께 넣으니 오히려 내가 갖고 있는 가방이 더 많이 들어가더라는...-.-
결국 산지 3일만에 2만원 날리고 팔았다...ㅠ.ㅠ

어쨌든 짐을 꾸역꾸역 다 넣고나니 가방이 폭발직전이다.
무게는...안달아봐서 모른다...별로 알고싶지도 않다...그냥 무거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을 하나 빼먹었다.
2003년도 자전거 여행때도 한여름에 가장 필요한 자외선 차단제를 빼먹어 무지 고생했는데
이번에도 걷기 중심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신발을 제대로 선택을 못했다. SPRIS제 캔버스화를
신고 갔는데 이놈이 밑창이 얇아서 쉽게 피로가 오는데다가 신발 볼이 좁아 발가락이 상당히
죄는 상태다. 이런걸 신고 갈 생각을 하는 것 보면 나란 놈도 어지간히 생각이 없는 놈이다...-.-

이렇게 모든 선택과 준비가 끝이났다.
이젠 출발만 하면 된다!

이것이 이번 여행에 가져간 짐들이다.
저 배낭은 크럼플러 Farmers Double이라는 카메라 수납용 배낭인데 상단은 일반 수납부이고 하단은 카메라 수납부이다.

이번 여행 때는 상단에도 카메라 수납용
쿠션 칸막이를 넣어 니콘 FM2 카메라는
상단에 넣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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